관심기사

고령화 시대 도래로 필연적으로 심혈관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예산이 삭감되고 지질검사 주기를 늘어나는 등의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순환기질환을 다루는 개원가 의사들이 모여 "정부의 정책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정책 확립을 요구했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이하 학회) 김한수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사망률 1, 2위가 암과 심장 뇌혈관 질환이다. 암은 5년 생존율이 60%에 달하는데 심장·뇌혈관 질환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국가, 행정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기조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정부의 예산 삭감.

심뇌혈관질환으로 진료받은 인원이 2014년 229만 명에서 2016년 247만 명으로 18만 명 가량 늘었으며, 동일 기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5만 1,000명에서 5만 3000여 명으로 2,000명 늘어 4% 정도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있는 11개 심뇌혈관질환 센터의 정부예산은 2013년 126억 원에서 2018년 84억 원으로 33%나 감소했다.

김 회장은 "복지부가 지난 9월 심혈관계 질환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 삭감을 보니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순환기질환과 관련해 기존 2년 주기이던 국가건강검진의 지질검사 주기가 4년으로 늘어난 것도 시대와 다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질검사 주기가 4년으로 연장이 된 것은 지난 2013년 '현행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타당성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제시'에 대한 연구용역에서 출발했다.

여기에서 오류로 지적되는 것은 중성지방,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총 콜레스테롤만을 평가했다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이상지질혈증의 조기 발견으로 발생하는 심뇌혈관질환의 예방에 대한 비용, 효과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사증후군 항목에 중성지방과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있고, 우리 국민 5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이 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사증후군 관리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현 시대에 역행한 결정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5년 12월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3년 또는 5년 간격보다 1년 간격 지질검사가 비용 효과적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학회 두영철 총무부회장도 "회원들의 권익보호, 잘못된 보험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학회는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에서 개원내과의사회가 복지부를 만나 이런 의견을 피력했고 검진의학회 등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아직 정부의 답변이 없다. 이것을 보면 얼마나 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65세 이상은 심전도 검사 추가 ▲지난해 5월 시행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이상지질혈증 포함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일차진료의 최전선에 있는 개원가와 순환기내과 등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 김종웅 이사장(개원내과의사회장)은 "만성질환관리사업이 오는 12월 중순이 이후로 시작하는데 위원으로 대부분 학회 교수들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만성질환관리는 개원가에서 진행되고 장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이 전문가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특정 연구자는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정부 과제를 독식했고 매우 민감한 사안인 케어코디네이터 도입 등 개원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채 개인 의견을 피력함으로 많은 불만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회 창립 이후 두 번째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경동맥 초음파 포켓북'을 만들어 배포했다.

학회 유재춘 학술부회장은 "과거 치료 지침서를 보면 대부분이 대학교수들이 만든 가이드라인인데 순환기질환과 만성질환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많이 진료한다. 따라서 개원가 중심으로 이런 포켓북이 나온 것은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출처 : 메디파나뉴스 박민욱기자 (hopewe@medipana.com) 의 다른기사 더 보기